광저우행(行)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존재한다. 아시아에서 제일 크다는 광저우의 바이윈(白雲) 신공항을 통해 곧장 갈 수도 있겠고, 김 국방위원장이 그랬던 것처럼 베이징에서 기차를 타고 하루가까이 중국을 유람하며 도착할 수도 있다. 곧장 비행기로 광저우를 가자니 주변도시를 못 보는 아쉬움이 남고, 그렇다고 기차를 이용하자기는 너무 먼 도시다.

양 방법의 절충안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바로 홍콩을 경유해서 입국하는 방법이다. 홍콩발 광저우행 기차를 이용하고, 나올 때는 거꾸로 선전을 통해 걸어서 홍콩으로 나오는 행로다. 이 여정은 광동성의 주요 도시들을 기차로 훑어 볼 수 있다는 장점과, 홍콩과 광저우가 1일 생활권이라는 주장을 몸으로 확인할 수 있다.
홍콩에서 광저우로 가는 방법은 너무도 간단했다. 중국비자만 준비되면 언제든지 오케이. 구룡반도의 중심지에 위치한 흥함(紅함)역에서 간단한 출국절차만 필요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향하는 것만큼이나 쉬웠지만, 홍콩이 중국의 일부라는 점을 떠올리면 기차로 국경을 넘는다는 발상이 신기하지만 놀랄 일은 아니다. 두 시간에 한대씩 배정된 광동선(廣東線) 열차는 끊임없이 홍콩시민들은 물론 전 세계에서 도착한 바이어들을 끊임없이 선전과 광저우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평일 열차라지만 기차 안은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붐볐다. 출발한 열차가 홍콩중심을 벗어나기 시작하자 곧 한적한 홍콩의 변두리가 펼쳐지는 듯싶더니, 이어 홍콩에 버금가는 거대도시가 눈앞에 펼쳐졌다.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서였다. 선전(深川)이었다.
선전은 홍콩과 맞닿아 있는 도시. 선전이 중국 개혁개방의 모델도시로 선택된 이유이자 존재이유다. 1979년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 선언이후 선전(홍콩)과 주하이(마카오)는 국경무역을 통해 선진 경제제도를 하나씩 습득해갔다. 60만에 불과했던 작은 어촌 선전은 25년 만에 1000만 도시로 급성장 했고, 연평균 28%의 경제성장을 지속하며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35위안(약 10만5천원)에서 6만1천596위안(775만원)으로 73배로 급증할 수 있었다.
광동성 전체 규모로 보면 1997년 홍콩반환 이후 광동성 경제는 매년 12%라는 급성장을 하며 홍콩에 근접하기 시작. 지난해에는 홍콩과 싱가폴을 제쳐버렸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2008년에는 타이완을 2020년에는 대한민국 경제규모를 따라잡겠다는 광동성 공산당 서기의 발언까지 나왔으니, 중국은 홍콩이란 여의주를 입에 문 정도가 아니라 광동성 전체를 여의주로 삼은 분위기다.
선전에서 잠시 멈춘 기차는 동관을 거쳐 광저우를 향한다. 홍콩에서 시작한 광동선은 선전(深川)-둥관(東寬)-광저우(廣州)-부산(佛山)-자오칭(자慶)으로 연결된다. 중국에는 두 개의 주목할만한 삼각주 경제지대가 존재한다. 첫째는 창강(長江) 삼각주. 상하이를 중심으로 하는 난징 쑤어주 우시, 창저우, 양저우, 항저우 사오싱 등 총 16개 도시 8200만 인구를 아우르는 경제 지대를 말한다. 이에 버금가는 주강(珠江) 삼각주란 이 광동선 주변의 8개의 공업도시를 일컫는다.

객실은 중국인들은 물론이고 백인 흑인의 다국적 인종들의 전시장을 방불케 했다. 아시아에서는 흔히 찾아보기 힘든 흑인들이 이 기차 안에서는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사실이 신기했다. 인근에 적잖은 공업도시들이 즐비했지만 대다수 승객들은 광저우를 최종 목적지로 삼았는지 대부분 광저우에서 하차했다.
“아프리카 국민들이 입고 있는 옷의 절반 이상은 바로 여기 광동성에서 생산된 옷일걸요? 아프리카 바이어가 요구하는 가격대를 맞출 수 있는 의류생산지는 전 세계에 광동 하나뿐이거든요.”
생산이란 다양한 파급효과를 낳는가 보다. 아프리카에서는 광저우를 방문하는 상인이 되는 것을 성공의 기준으로 삼을 정도로 광저우는 이미 제3세계의 무역의 성지(聖地)가 됐다고, 이곳에서 잔뼈가 굵은 한 한상(韓商)은 귀뜸한다. 무역의 성지?. 듣기에 따라 무서운 말이다.
열차로 국경을 통과했으니 하차 시에도 입국절차를 거쳐야 한다. 기차로 2시간 조금 넘게 걸렸으니 홍콩을 통해 오는 방법은 나쁘지 않은 셈이다. 의외로 이 노선을 이용하는 한국인들이 급증했다고 한다. 광저우-인천 노선 항공권이 언제나 만석에 가깝고 값싼 홍콩행 항공권은 많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 주로 홍콩-마카오였던 한국인들의 행선지가, 이제는 광저우로 이동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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