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과 광저우 그리고 선전

‘칸톤 코모더티 페어’. 칸톤? 홍콩이나 광저우를 처음 간 사람이라면 칸톤(Canton)이란 표현에 당황할 수 있다. 이는 광동의 광저우식 발음을 영어로 옮긴 표현이다.
4월 15일~30일까지 열리는 광저우 무역박람회는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중국에서 최고의 경공업 전시회다. 봄과 가을 한해에 두 번씩 개최하는 이 박람회는 올해로 어느새 99회를 맞이했다. 전 세계 경공업의 흐름과 가격을 한눈에 보여주기 때문에 박람회 기간에는 광저우는 외국인들로 가득 찰 정도.

<선전역에 도착해서 5분쯤 걸어가면 홍콩으로 건너갈 수 있는 관문이 보인다. 초행길이라 잘 몰라 막막했는데 사람들이 걸어가는 방향으로 따라가니, 자연스럽게 홍콩 이라는 큰 간판이 보였다. 통과하는 시간은 들어올 때보다는 약간 까다롭다. 아무래도 홍콩은 선진국(?)이다 보니>

가을에는 이웃한 선전에서 하이테크 박람회의 지존으로 꼽히는 선전하이테크교역회(China Hi-Tech Fair)가 개최된다. 중국 정부가 국가경제의 질적 제고를 위해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하이테크산업 전문 전시회다. 두 가지 대형 박람회 이외에도 이들 도시에는 1년 365일 하루도 쉬지 않고 상품 박람회가 개최된다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다.

한편 광저우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에 이허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란 거사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공항, 철도, 도로, 지하철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한 상황. 현재 최신식 지하철이 1~3호선까지 운행중이지만 미래를 대비해서 4~11호선 공사를 동시에 진행 중이라고 한다. 한국을 기준으로 봐도 놀랄만한 변신인데 김정일 위원장은 도대체 얼마나 큰 충격을 받고 갔을까.

광저우 기차역에서 선전으로 이동하는 데는 1시간 30여분이 소요됐다. 선전 기차역에 도착하니 강 건너 홍콩 땅이 눈에 들어온다. 홍콩은 강을 하나 사이에 두고 있지만 물가는 3~5배 차이가 난다. 주말 홍콩에서 쇼핑객들이 선전으로 몰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이치다.

<조그만 강이 홍콩과 선전을 구분하고 있었다. 주말에 선전에서 쇼핑을 마친 홍콩 시민들이 홍콩으로 귀가하고 있다. 이 다리를 건너가면 홍콩 전철이 연결된다. 그리고 30분 정도 타고 가면 홍콩 중심부가 나타난다>

홍콩과 선전을 잊는 다리를 중심으로 거대한 입국 수속 건물이 가로막고 있다. 1국 양제 체제의 경계를 넘어서는 과정은 중국으로 입국 때보다는 복잡했다. 홍콩이 오랜 기간 살아남는 방법이란 최대한 이 장벽을 오래 유지하는 일이다.

주말에 선전에서 쇼핑을 마치고 홍콩으로 돌아가는 인파가 강을 건너가는 다리를 가득 메웠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전통적 산업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이고, 서비스업의 피해도 만만치 않다. 홍콩 경제인들의 광동에 현지처를 두는 것이 사회논란이 됐고, 룸사롱이나 매춘이 사회문제가 됐다. 때문에 홍콩의 주말 거리는 한산하다 못해 적막할 정도. 상당수 시민들이 쇼핑을 위해 광저우나 선전으로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홍콩 경제가 극단적인 위기에 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니 오히려 홍콩 경제는 잠깐의 침체기를 거쳐 2004~2005년 연속 상승했다고 한다.
“당연하게도 중국 경제가 좋아지면 홍콩경제 역시 좋아집니다. 중국의 부자들은 이제 모두들 홍콩에 가서 살고 싶어 하기 때문입니다.”
지하철로 40분을 타고 내려가니 홍콩의 중심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1일 생활권이 정도가 아니라 광저우와 홍콩은 반나절이면 충분하게 일을 보고 돌아올 수 있을 정도의 거리였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인구 1000만 명급 도시 3개(홍콩-선전-광저우)가 연이어 존재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이들 도시들이 각자 다른 정치 체제와 경제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조화를 이루며 서로 공생하는 모습 또한 흥미로웠다. 이 도시들을 그냥 중국이라고 보는 것은 좀 억지스러운 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지역국가(region state)? 세계적인 경영의 구루인 일본의 오마에 겐이치 박사는 최근 자신의 저서 ‘The next global stage'라는 저서를 통해 글로벌 경제의 지리적 경제적 단위는 국가가 아니라 지역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잘 갖춰진 공항과 항구를 비롯한 교통은 물론 연구·개발(R&D)센터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인프라 및 유능한 기술자 까지도 자체적인 수급이 가능한 지역을 그는 ‘지역국가(region state)’라고 설명했다.

이미 하나의 중국이란 정치적인 개념일 뿐, 경제적으로는 7~8개의 지역국가들의 내부경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미 광동성은 타이완과 대한민국 등과 경쟁을 벌이는 수준에 와있는 셈이다. 한 때 외부에서 흘러들어오는 투자를 통해 부와 노하우을 축적했던 주강 삼각주는 이제 강력한 지역 국가로 돌변해 중국의 세계화의 선봉장이 된 셈이다. 민주국가를 꿈꿨던 손문의 꿈은 이제 완성된 것일까. 광동성은 그 해답은 2010년 아시안게임 이전에 내놓을 것이다.

Posted by ho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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