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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한복판에서 만물장수를 스쳐보내닷. 서울에도 이런 모습이 남아 있구나 싶지만, 사실 주된 관심은 어릴적 기억을 향하곤 한다. 나의 기억은 언제나 4살부터 14살까지 집앞에서 겪었던 풍광을 기초로 한다. 누구나 그렇듯이. 우리집앞 너른 골목을 방문했던 고물상 아저씨, 화장품 방판 아줌마, 서울우유 배달부, 조선일보 배달소년, 그리고 야채장수, 마지막으로 저런 만물장수---. 정확한 명칭도 떠오르지 않는다. 그냥 그의 리어커에는 산더미 만한 소쿠리 같은 프라스틱 종류와 양은냄비 등이 잔뜩 실려 있었던 것만 기억난다. 그러면 우리동에 아줌마들은 몰려나와 양은냄비를 2천원씩 주고 샀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할인점이 아닌 방문 판매가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지만, 종로에 남아 있다는 것 자체도 참으로 정겨운 모습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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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끔 거지도 방문했던 기억이 난다. 지방 도시에서 거지를 본다는 것은 참으로 진귀한 광경이었던 듯 싶다. 가끔 정신병자는 보였지만 거지는 흔한 존재가 아니었다.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누렸을테지. 농경사회에서 말이다. 내가 지금도 기억이 나는 풍경은 밥을 얻으로 온 케이스였다. 모두 80년 초반의 기억이다. 한번은 한쌍의 남매가 우리집을 찾았다. 그들의 손에는 비닐 봉지가 들려 있었고, 그 봉지에는 이미 뜨거운 밥이 상당히 차 있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비닐봉지--. "OO 복지관에서 왔는데요. 밥좀 나눠 주세요..." 그 남매는 그렇제 주말 아침, (비오는 날이었다) 밥을 모으로 왔었다.

또 한 케이스 역시 80년대 초반이다. 수수하게 차려입은 시골 양반 하나가 우리 집에 찾아왔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요청했다. "저기 밥좀 먹읍시다"  마침 밥이 없던 내 어머니는 어린 나에게 저기 고모집에 뛰어가서 밥 한공기 얻어오라고 시켰더랬다. 어머니는 마당에다 조그만 밥상을 하나 차렸다. 난 밥을 얻어와서 어머니께 물었다. "엄마! 저 아저씨 왜 우리집에서 밥을 먹어?" 글쎄다. 어머니가 무어라고 답했을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거지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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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하철 화장실에서 한 노숙자가 벽에 기대어 잠을 청하고 있었다. 딴은 화장실이 가장 따뜻한 공간이긴 했다. 그런데 바닥이 돌로 이뤄진 화장실은 노숙자가 기거하기는 좀 차가와 보였고, 노숙자의 표정 역시 여느 노숙자와 달리 매우 우울해 보였다. 아무도 그를 주목하지 않았고 모두가 그를 피해갔다. 나 역시도 그의 존재가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진게 사실이다.

어릴적 내가 살던 동네에는 거지가 없었다. 그리고 90년대 초반 내가 서울에 왔을 때도 거지는 그리 흔한 존재가 아니었다. 아니 기업화된 거지들이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됐던 시기였다. 그런데 IMF 이후 진짜 거지가 너무나 일상적인 존재가 되고 말았다. 만물장수가 사라진 대신에 거지가 탄생할 것일까?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Posted by hoj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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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ane 2007/04/18 08:21  Modify/Delete  Reply  Address

    이런경우 저런경우 다 있겠지만,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인생의 막장까지 내려가서 선택의 여지없이 노숙자신세가 되신분들도 많다고 하던데, 사실 그런 심정을 100%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감정이입을 최대한 노력해서 생각을 해보니, 정말 눈앞이 캄캄한 경험이긴 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확실히 모든일에는 두가지면이 있는것이...
    저분들 수금(?) 후에 퇴근하실때는 기사가 그랜저타고 모시러 오신다는 카더라 통신도 들리고 한 이후부터는 또 약간은 다른 시선으로 보이기도 하고...
    뭐 그렇더군요... (-_-)ㅋ

    • hojai 2007/04/20 01:36  Modify/Delete  Address

      그러게요 정말 남일이 아닌데, 현실계에서는 남일이 되고 말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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